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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소득이 3분에 1로 줄으면

작성일 : 2017-01-19 18:24
조회수 : 10
작성자 : admin
작년 여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부산 인근의 작은 도시에 강연을 하러 갔다. 청중의 대부분은 3, 40대 여성이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오전 강연을 들으러 오는 분들이다. 여성 청중 사이에 60대 이상의 남성이 더러 있다. 은퇴한 분들로 짐작이 되었다.

어쩌다 이렇게 부르는 곳이 있어 강연을 가기는 하지만 무어 대단한 주제와 내용을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는 대로 따라 하면 괴로운 마음이 사라진다든가 수입이 늘어난다든가 하는, 그런 하기 좋고 듣기 좋은 말을 할 능력이 없기에 그저 딱딱한 내 공부 이야기를 약간 풀어서 할 뿐이다. 그러니 별로 호응도 없다. 그런데 그 비 오는 그 날은 희한한 경험을 했다. 강연 도중에 생전 처음 박수를 받아본 것이다. 강연의 주제와 별 상관없는 부분을 잠시 이야기했을 때였다. 요지는 이렇다.

미래가 불안하지 않고 안전한 사회라면

한국의 국민소득은 2만 7천 달러라고 한다. 구매력은 3만 달러 이상이라고 한다. 세계적 수준에서 보면 높은 소득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계시는가? 지금 강연을 듣고 계시는 여러분들은 행복하신가?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아이는 나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친지가 함께 기르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가방을 던져 놓고 골목으로 달려나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고, 굳이 무슨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고 고등학교 정도만 나와도 오래도록 다닐 직장이 보장된다고 하자. 대단한 출세가 보장되어 있지는 않지만, 미래가 불안하지는 않다. 집은 좁고 낡았지만 내 집이다. 정든 이웃이 있어 굳이 이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생수를 사 먹지 않아도 되고, 식품을 살 때 원산지와 유통기한과 첨가제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고, 미세먼지 따위는 아예 걱정하지도 않는다. 저녁이면 어른과 아이가 한 밥상에 앉아 밥을 먹으며 그 날 하루의 일을 두런두런 이야깃거리로 삼는다.

자, 이런 세상이라고 하자. 다만 소득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든다. 지금 국민소득 2만 7천 달러가 3분의 1로 줄어든다 하자. 곧 9천 달러가 된다. 그렇다면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이 대목에서 박수가 나왔고 소리가 잦아드는 순간 누가 속삭이듯 말했다. 9천 달러 세상이요! 안전한 사회, 해고의 불안이 없는 직장, 깨끗한 공기와 물, 식품, 살인적 경쟁이 없는 사회라면, 지금보다 소득이 3분의 1로 줄어들어도 동의하겠다는 것이었다.

중국 경제의 성장은 대기오염, 곧 스모그와 미세먼지의 폭발적 증가를 낳았다. 미세먼지를 줄이지 못한다면, 공기청정기가 생활필수품으로 팔릴 것이다. 수질 오염으로 인해 생수 산업, 정수기 산업이 발달하는 것은 필연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질병의 증가는 의료산업의 발달로 이어진다. 공기정화기, 생수산업, 의료산업의 발달은 경제성장으로 측정된다. 하지만 이것은 환경오염이 없었더라면 성장할 수 없는 산업이다. 희한하게도 지금 세상은 환경오염마저도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환경정화’를 기계로, 서비스로 판매하는 산업의 출현은 고용을 늘리고 전체적으로 경제를 성장시킬 것이지만, 그것을 필수품으로 구매해야만 하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인지 나는 모르겠다.

깨끗한 물과 공기도 돈 내고 사야 하다니

공기정화기, 생수, 정수기, 의료 등은 모두 화폐로 교환해야 하는 것들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달리 말해 과거에 화폐로 구입하지 않았던 것을 화폐로 구입해야만 하는 세상이 된다는 뜻이다. 깨끗한 물과 공기, 가족 친지 사이의 돌봄 등은 과거 돈으로 교환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상품화된 사회에서는 그것들을 모두 돈으로 구매해야만 한다. 돈을 향한 모든 인간의 질주가 이래서 시작된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경쟁’이란 말로 표현하고 그것을 마치 인간의 본성처럼 여긴다. 돈을 향한 경쟁은 결국 인간 자신과 유한한 자원을 무한히 착취한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듯 우리의 삶 전체가 자본에 몰수되는 것이다. 결코 행복하지 않다!

작년 말 이래 우리는 촛불 혁명을 경험하고 있다. 세상은 바뀔 것이다. 아니 바뀌어야만 할 것이다. 다만 앞으로의 세상이 단지 정치세력을 바꾸는 것만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2만 7천 달러의 3분의 1이라도 좋다고 하는 문제 제기를 진지하게 살펴야 하지 않을까?